올해 내렸던 중요한 결정 몇가지를 갖고 올 한해를 돌아보고 싶다.

솔직한 비즈니스
올초에 평소거래가 있던 A사에 아이덱과 아이덱 핸즈프리 회로 개발을 의뢰한 일이 있는데 바로 다음날 인사차 들렀던 회사 B가 아이덱의 회로를 좋은 조건으로 개발해 주겠다고 하였다. 회사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A사에 전날이지만 맡기겠다는 결정을 뒤집는게 너무 부담이 됐다. 그러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나 않으나 똑같으니 A사 사장님과 사정 얘기를 하고 결정을 맡겨 드리자'는 생각으로 찾아가서 솔직하게 사정 얘기를 하고 결정하기 곤란하다는 말씀을 드리니 별다른 말씀 없이 그럼 A사에 아이덱은 맡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덕분에 서로의 신의를 상하지 않고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었다. 이 일을 지나고 나서 판단하기 어려운 일은 내부든 외부든 다른 이유 대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서 답을 구하는 게 대부분 좋은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인연을 소중하게
다른 회사와 인연을 맺으면 관계가 지속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잘 지내지만, 한 회사와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가 된 때가 있었다. 그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척 지지 말자'는 것이었다. 안 맞는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지만, 관계의 정리 단계에서 불필요하게 악연이 되지 말자고 생각했고, 어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나 자신에게 흐뭇한 일이었다.

소망을 품는다는 것
5월에 싱크 스탠드의 개발 단계에서도 그랬지만, 10월에 회사가 처음 월간 현금 흐름상에 플러스가 될 때 담담히 소망을 품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담담히 원하는 바로 마음에 담으면 이뤄지기가 수월함을 느끼고 있다.

마음에 그려진 그림 구현하기
싱크 스탠드 만들 때 이미 기획단계에서는 결과가 어떠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고, 그것들을 구현했다.

작년과 다른 결정 한가지
작년 10월에는 곧 죽어도 간다는 기분으로 일본 전시회에 다녀와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올 해 10월에 홍콩 전시회를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9월에 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유는 이렇다. 가만히 살펴보니 내가 빈곤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었다. 즉, 통장에 돈이 조금이라도 쌓일라치면 먼가를 벌이고 있는 자신을 본 것이다. 4/4분기는 거둬들이는데 힘을 쏟기로 했고, 그런대로 결실들이 있었다. 한신의 배수진을 쳐서 이겼지만 삼국지의 강유가 배수진을 치니까 위나라 장수가 이렇게 말하였다. '배수진은 훈련받지 못한 병사들이 죽을 힘을 내게 할 때는 유용하나 훈련된 병사에게 적합하지 않다.' 그리곤 강유가 졌다. 결정의 맥락이 중요하며, 돈에 관한 내 태도를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 때 바뀐 태도는 유지되고 있다.

보통 사람의 작은 성공이 모여 대업을 이루다.
올해는 욱씨가 3월에 들어오고 11월 민일씨도 들어와서 회사의 조직문화나 역량 이런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현재로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생명의 에너지를 일께서워 그 힘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회사가 커나가는게 회사의 큰 방향이다. 그렇더라도 조직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서 한번의 승리로 모든 것을 결정 짓는 대회전이 벌어진다면 내가 가진 운과 기량으로 그 책무를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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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지모루 싱크 스탠드가 아이폰 4의 범퍼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하면서 SGP사의 케이스들을 지원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디자인을 수정하면서 SGP 네오 하이브리드 EX 등이 잘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싱크 스탠드의 범퍼용 홀더의 케이블 가이드 중 케이블이 빠져나가는 쪽 가이드 (작은 가이드)가 SGP 네오 하이브리드 EX의 좁은 입구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제거한 SGP 네오 하이브리드 EX용 홀더를 별도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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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설계는 크레필의 윤석봉 사장님한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있다가 1월 말에 연락을 드려보니 이분이 너무 바쁘셨다. 통화를 하는데 바빠서 못하겠다고 하진 않으시는데 여력이 잘 안 돌아가는 눈치였다. 일단 맡길 만한 사람 있으면 맡겨보라고 하는데, 굳이 해주셔야 된다고 우기면 하기는 할 것 같은 눈치였다.

무리하는 게 무척 싫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기지 않고 일단 또 어떤 인연이 되서 어떤 분이 올지 모르니까 한번 상황을 보자 이런 기분으로 2월 중순까지 왔다. 그러다 어느날인가 그날은 일들이 술술 풀린다하는 날에 윤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와서 어디 맡겼냐 하시길래 아직 잘 안 보인다하니까 그럼 틈틈히 할 테니까 해보자고 하셔서 일을 맡겨 드리게 되었다.

먼저 정리 된 부분은 커넥팅 홀더의 체결 구조였다. iPod touch에서도 사운드 출력이 가능하도록 이어잭을 꽂을 수 있게 폭을 좁혔고, 목업에 비해서 좀 더 날렵한 느낌으로 디자인도 정리되었다. 목업에서는 2개의 기구물로 되어 있는 것을 1개로 체결되도록 설계적인 아이디어도 반영이 되었다.

그 다음에 크게 등장한 이슈가 C자형 기구의 외측과 내측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내측과 외측이 단단히 결합해야 되는데 이게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으면서 해내는 게 어려운 과제였다. 처음에는 앞쪽의 충전 표시가 있는 쪽에 내측 사출물에서 돌기가 나와서 외측 사출물의 구멍에 결함되는 구조를 살펴보았는데, 검토하면 할 수록 좋은 디자인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검토하던 중 내측 사출물의 뒷쪽 타원형에서 살이 올라오고 외측 사출물의 타원에 끼워지도록 결합해서 금형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렇다 첫 사출이 나왔는데 C자의 안쪽 사출이 너무 쉽게 빠지는 문제가 나와 좀더 꽉 끼원지게 개발하였는데 이번에는 아이팟/아이폰이 꽂히는 부분에 힘을 주는 좌/우로나 상하로 너무 유격이 심하고 기구물이 이탈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때가 4월 말이었는데, 뭔가 이 타이밍에 내가 좀 설쳐야겠다 싶어서 금형 개발하던 뉴텍에 내려가서 내가 느끼는 문제점을 쭉 얘기를 했더니 그러면 아이덱 앞쪽에 살짝 턱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금형 수정을 해봤는데 금형의 구조상의 한계 때문에 원하는 만큼 기능이 나지 않았다.

화룡점정하는 게 이렇게 힘는거냐는 말이 절로 났다.

그러다 5월 5일을 맞아서 머리가 복잡한 것 같아서 가보고 싶었던 감악산에 올라가 보았다. 이런 상황의 원인이 뭔지 알려고 하지 않고 느끼는 감정들이 어떤 건가 살펴보니 편안히 비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6일날 출근해서 일을 보는데, 중국에 계시는 사장님께서 한국에 왔다가 한번 드르시겠다고 해서 반갑게 맞아서 얘기를 하는 중에 새로 나올 제품이라고 싱크 스탠드를 보여드렸다. 이 분이 기구 설계를 하시던 분이어서 고민하던 문제를 풀어놓으니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면서 중간 쯤에 기구물을 통과시켜서 융착 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이건 마치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다음날 벌어질 전투에서 쓸 진법을 고민하는데 홀연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팔진법' 하고 말하며 사라지는 듯한, 그런 절묘한 느낌이 듣는 순간 왔다. 아마도 그 다음날에 시사출을 리뷰하는 미팅을 할 때 윤사장님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럼 그게 좋겠다고 해서 수정을 하면서 설계상의 큰 이슈들은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양산 날짜를 꼽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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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무념,무상, 거의 무업으로 보내고 12월 초에 아하 디자인의 박영일 실장님께 의뢰를 드린 후에 뭔가 기획이랍시고 좀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는데, 11월 말 쯤에 여러가지 사업적 압박들에 저항하지 말고 어떻게 좀 기회를 찾으라는 자극으로 받아들여야겠다는 감이 온 순간부터 뜻하지 않게 너무 일이 많아져서 그냥 저냥 첫 스케치 나오면 보자는 심정으로  있었다.

사람의 성격이 여러번 변하는 중에 어떤 직장 상사를 만났느냐에 따라 한번 더 변한다는데, 내가 모셨던 분 중에 이런 분이 계셨다. 일단 능력껏 해 보고 안 되면 나한테 갖고오라. 나한테는 꽤 맞는 방식이어서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응용하고 있다. 같이 일해볼 만 하다면 일단 맡겨보고 내가 생각하는  수준 어느정도에 도달하면 OK.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는 적극적으로 붙어서 어떻게든 원하는 수준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다 12월 22일인가 아이디어 스케치를 갖고 미팅을 하였다. 싱크 스탠드는 첫 아이디어 스케치 하는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일정 수준에 이미 도달하였었다. 세로 보기를 기본으로 하되 가로 보기도 되면서 안정된 거치가 가능한 구조들이 몇개 보였다. 그 중에 3가지 전후로 정리하여 한번 더 미팅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 뒤에 1월 8일 경에 두번째 스케치 회의를 하였는데, 전에 없던 컨셉이 하나 등장하였다. 베어문 사과(애플사의 로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데 나는 처음에 큰 감흥이 없었다. 마음속으론 첫 스케치 회의 때 나온 것들 중 하나만 해도 좋다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팅을 해가면서 이구동성으로 제일 낫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최종 렌더링할 제품 중으로 하나로 두었다.

1월 21일 렌더링 품평회를 하였는데, 이쯤 되니까 압도적으로 베어문 사과 컨셉이 좋다는 것이다. 사무실에 놀러오거나 방문하시는 분들한테 의견을 구해봐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 컨셉이 제일 낫다는 것이다. 나도 자꾸 그런 얘기를 듣고 자주 보다 보니 이걸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이런 뒤에 내심 한가지 만 더해 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애플스러움이 풀풀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C자형 형태 만으로 베어 문 사과를 연상하기는 좀 어렵지 않겠는가, 애플 제품을 연상시킬 강한 디자인적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어디처럼 알루미늄을 갖다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정 부족하면 팩키지 디자인을 애플의 베어먹은 사과처럼 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서 가만히 보던 중 모형 제작을 위한 색상을 의논하던 중 회의 말미에 실장님이 그냥 지나가듯 아래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아래 그림을 보자 마자 또 ‘오 이거다.’를 외쳤다.


투명한 느낌의 플라스틱 재질로 외부를 감싸면 애플의 큐브라는 맥제품과 연상을 가질 것 같고 디자인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디자인에 있어 내가 마음속으로 품었던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들은 거의 이루어졌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슬슬 기구 설계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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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더링 품평할 무렵 이 제품의 목표 시장은 어디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이 제품을 왜 만드는가 기획의도는 뭐냐란 질문이 생겨서 아래와 같이 답하였다.

학생이나 직장인 할 것 없이 부담 없이 살수 있는 가격의,
충전이나 싱크등의 핵심 기능을 갖춘 디자인 거치대로써,
바이어가 쉽게 사서 팔아볼 수 있는 제품으로
신지모루를 감성 제품 기업이 되도록 한다.

Design cradle
at the affordable price
with the necessary functions
for desk workers or students
through global buyer networks
to let sinjimoru be the top maker of high concept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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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제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 일본의 어느 상품기획자가

이 컨셉의 두 축은 대략 이렇다. 하나는 일본에서 얻은 아이디어 대로, 번들로 주는 충전 케이블을 이용하여 충전/싱크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제품 대비 높은 가격대 성능을 제공하고 다른 하나는 애플스러운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다. 전자는 이미 아이디어로 충분하지만 후자는 구현해 줄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아하 디자인의 박영일 실장님은 사업 시작할 때 부터 인연이 되어 서로 내왕도 많고, 특히 작년 초에 CES에 가면서 애플스러운 월이미지를 부탁 드렸을 때 그 짧은 기간에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셔서 모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좋은 제품 디자인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오던 터였다.

아마도 12월 1일로 기억되는데, 지환씨와 이 아이디어를 갖고 의논하다가 이건 어찌 됐든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서 바로 박실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날 오후에 미팅이 바로 잡혔다. 그래서 오셨길래 이 아이디어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러면 바로 디자인에 들어가자고 하셨다.


위의 그림은 처음 의뢰 드리면서 문서로 쳤던 것으로 대단히 단순하였다.

될 만한 일은 이미 시작하기 전에 이루져 있는 것처럼 새해에 앞서 새로운 일을 벌려 놓는 호흡이 좋다고 느꼈다. 흐름을 타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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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눈에 뭐가 씌이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어 보이는 게 많겠지만, 그 중에 하나로 사업이 더러 거론 될 때가 있는데 나는 아이덱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물론 그 중 많은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지만 아래와 같은 깨달음들이 새로 얻어졌다.

1. 사업은 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이다. 제품력은 그 중에 하나이다.
2. 그럼에도 제품력이 충분하면 소비자와 바이어가 찾아 주며 아울러 시장에서 증명 되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큰 성공으로 이어주는 보증은 아니다.
3. 가격은 현실적인 경쟁 요소이다. 바이어가 원하는 가격대란 존재하며 유니크한 제품이라도 대체재에 의해 좋은 가격대는 존재한다.
4. 중국이 하지 않는 제조업을 하면 한국은 언제나 성공한다. 그 중 하나로 디자인 제품이 될 수 있다.
5. 사업의 아이템은 꼬마들이 놀이에 쓰는 장난감과 같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능력이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그에 맞는 장난감을 갖고 놀면 된다. 사업의 아이디어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의 드러남이다.

알면 보인다고 이런 앎들을 적용해 볼 컨셉을 만들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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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일본의 CEATEC에 뭐 이런 기분으로 지환씨랑 건너갔다. '뭐가 어떻게 일들이 벌어질 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확장된 경험, 고양된 감정은 영원히 우주에 흔적이 남을 것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작은 회사가 순식간에 살아날 수 있다. 신지모루가 얼마간에 돈을 아껴서 몇달 더 사는 것보다는 더 투자할 만하다. 따라서, 헤엄을 쳐서라도 간다.'

전시회 시작 3일 전쯤에 일본을 건너가서 도쿄 구석 구석을 돌아보는 중에 긴자의 애플 스토어에 들어갔다. 뭐 좀 도움이 될 만한게 있나하는 기분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지환씨가 이런 걸 보라고 했다. 아이팟의 커넥터를 아크릴 기구물이 잡고 있고 그 위에 아이팟을 연결한 후 커넥터의 지지력으로 거치시킨 것이다. 아이디어는 좋아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사업의 아이디어로 연결시킬지 느낌이 안 왔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여기까지 와서 뭐 좀 딴 것 좀 봐봐". 그래도 지환씨는 좋아보인다며 갖고 간 아이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두었다.
 
그런 뒤에 11월 초에 한 1주일 내내 사업 아이디어 만 내 봤다. 한 몇십가지가 나왔는데 그 중에 할 만한게 스마트폰 크래들 쪽이어서 좀 더 시장을 살펴보기로 했더니 꽤 재미있는 결과가 있었다.


1. 할 만하다고 낸 아이디어가 일종의 다기능독인데 없는 제품이고 니즈야 있어서 좀 팔리겠지만 가격이 저렴한 중국제품 때문에 큰 시장을 열기가 곤란할 수 있을 것 같다.
2. 디자인 만으로 어필하는 제품도 Amazon에서 상위에 올라 있어서 이 점이 좀 새롭게 여겨졌다. 예쁜 것 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상품 기획의 큰 원칙이랄까. 하지만, 극디자인 제품으로 분류하는 제품들의 상당수가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깨달음들 뒤에, 할려고 했던 제품 예산을 잡아보니 거의 아이덱 수준으로 돈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신속하게 투자가 회수가 될지 확실치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선뜻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아서 그냥 1~2주 묵혀두고 있는 중에 지환씨가 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보는 순간 내가 "오 이거다!"라고 외쳤다. 이게 그 긴자의 애플 스토어에서 지환씨가 찍어 온 사진인데, 이걸 컴퓨터로 백업하면서 그냥 보여준 것이었다. 그 때는 이걸 어떻게 활용할 지 감이 없었지만 크래들 시장을 쭉 훑어 보고 나니 대략 감이 생겼다. 대략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는 느낌이 생긴 상태에서 정말 이런 류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하는지 좀 더 알아 볼 수 없을까 하는 중에 iClooly라는 디자인 크래들이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왕이 있는 사장님께 그 회사 대표님 소개를 부탁해 찾아가서 이런 저런 사업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중에 디자인 제품이 시장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발전 시켜볼 만 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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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쯤, 한무리의 대학생들이 자기들 공부 삼아 사무실을 다녀간 뒤 그 프로젝트의 발표를 들었는데, 그 친구들의 신지모루에 대한 환경 분석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뭔가 장점으로 내세울 건 애플의 라이센시 계약을 맺은 거고, 걱정스러운 건 대표가 미래에 대한 전략이나 차기 제품에 대한 구상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럴 듯한 얘기를 하나쯤을 했어야 했나는 기분도 들고 한편으로는 꽤 오랬동안 아는 척 해오는 습관을 이렇게 빨리 버렸나 아니면 그 척하는 게 쉽사리 간판되는 그런 기성 세대가 된 건지 약간 헤깔리면서도 태연한 척 듣고 있었다.

어쨌거나 최근의 내 태도는 목표는 설정하는게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라는 관점이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목표를 잡거나 아이디어를 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작년 한해를 특징짓는다면 어깨에 힘을 좀 뺐다가 아닐까 싶다. 09년을 1월 부터 12월까지 쭉 마음속으로 흘려보면 다양한 느낌이 올라오는데, 나름 파란만장했던 것 같다. 1월에 CES 갔다오니 엄청 고양되어 있다가 2,3,4,5월에 라이센스와 개발 문제로 삶은 시레기처럼 힘 쭉 뺐다가 6,7,8월에 첫 출하시키고 와 좋아라 했다가 9,10,11월에는 거의 시레기가 죽이 된 상태로 보냈다가 12월에 미국으로 물건을 보내면서 일 좀 했던 것 같다.

펀드 매니저가 원숭이를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안다고 했던 일들이 그냥 놔뒀던 것보다 나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그 많은 삽질 속에도 신지모루가 살아 있는게 기특할 뿐이다.

올해의 행동 지침은 보이는 만큼 하겠다이다. 보이는 만큼 몸을 움직이겠다. 그리고, 답을 구하고 싶은 건 신지모루의 뜻을 하나 세우고 싶고, 그 뜻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컨셉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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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는 이번을 포함해서 3번 갔다. 첫번째는 군대 제대하던 해 1월 1일 소백산 올라가려다 눈이 와서 부석사와 소수 서원 둘러보고 왔었고, 두번째는 직장 생활 2년차 초에 뭔가 안풀리는 것 같고 힘들어서 들렀었고, 세번째는 이번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모두 겨울이나 그쯤 이었다.

부석사는 뭐니 뭐니 해도 무량수전을 등지고 내려다보니 경치가 예술이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최순우. 부석사 무량 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처음 그자리에 서서 내려다 본 날에 눈이 쌓였는데, 아래로 산맥들이 눈을 덮어 쓰고 파도 밀려오듯이 내달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4시 전쯤에 도착해서 무량 수전에 한 30분쯤 들어안아 있다가 나와서 1시간 30분쯤 해지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도 많아 붐볐는데, 나는 그 와중에도 때 되면 한 말씀 내려주겠다는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무량 수전 앞 뜰에서 나무들이 바람에 몸흔드는 소리, 산맥의 꿈틀거림, 구름의 처연한 장난을 보고 듣고 있었다.

그러다 해가 거의 넘어가서 이제 높은 하늘만 밝을 쯤에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문득 느꼈다. 내 마음도 구름처럼 풀어야겠구나. 그즘에 마음이 좀 우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아마도 풀고 싶어서 그랬나보다. 한 얼마간을 바람에 풀고 내려오면서 용서한다고 말했다.

사업하면서 자각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고3 무렵에 '하면된다. 반드시 해낸다' 습관이 든 이후로 한 10년 남짓을 이 습관으로 살다가 작년 이 맘 때 쯤에 긍정을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한 5년은 이걸로 살겠지 했는데, 왠걸 그 다음해 2월에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 와서 적잖이 놀랐었다.

사업하면서 깨닫고 싶다고 하면 정말 돈독이 올랐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동 알대에서 농사짓는 향사로 600년을 살아온 DNA가 있는 나로선 사실 버겁다.

운명이 사람의 힘으로 움직여지는 것이인지, 아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려 하는 것은 헛된 일이고, 움직이는 것에 손대지 않는다면 태만이다.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운명과, 운명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인생이 확실히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망설임이 솟았다. 어느 쪽이나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에서이기는 하지만, 이에야스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서 두 개의 비중을 재어보았다. 운명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면 그것은 하나의 체념으로 통하고, 자신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면 그것은 남보기에 경거망동으로 비친다.
그러나 비록 세상의 눈에 어떻게 비치든 인간에게는 자신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빠듯한 하나의 선이 있는 것 같았다. 통해도 좋고 통하지 않아도 좋다. 여기서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가보는 것이다.
- 대망. 3권. P 123.

LG 그만 둘 때, 큰 의문이 있었다.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확실히 적응하는 것이 옳은가. 그 때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가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지만, 뭐가 답일까 궁금하였다. 지금에 와서 답하라면 그만 두어도 좋고, 그만 두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드러난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떠오르게 된 흐름은 읽어야 하고 그걸 따라야 할 것 같다.

일전에 사업을 벌리게 된 동기를 봤었다. 어쩌면 그건 사업을 하지 않으면 더 달성하기가 쉬운 마음 상태일 수가 있다. 회사가 왠만큼 손익을 맞추고 있다면 아마 한달쯤 그냥 어디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마음을 달리 먹으니 그것도 도피이고 사무실에 앉아 편안하지 않을 이유도 별로 없었다. 이런 기분이니 딱히 새로 일 벌리고 싶지도 않고 AS 해야 될 거나 하고 당장 처리할 일만 하니까 정말 여유가 있었다. 인생의 큰 방향 전환이 생겨 접어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접을 길이 생길테고, 해야 한다면 또 그에 상응하는 기회가 올테니까 생각/판단/추측 하지 않고 그냥 살았다.

그러다 어떤 힘이 나를 이길로 끌어나 하고 궁금해 하던 차에 또 답을 얻었다. 5살이나 6살 때 마냥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고 싶었던 것이다. 어릴 때 외갓집 동네 산에 산불을 낸 적이 있었는데, 큰일 났다고 한번 울어 제꼈다가 다시 깨니까 상황이 종료 되고, 다시 리셋한 기분을 또 놀았다. 좀 심한 예이긴 한데, 옳거나 그르거나 해야하거나 말아야하거나에 상관없이 난 그냥 즐겁게 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노는 일들을 뒷받침해주는 무한하면서 어디에나 있는 사랑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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