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무념,무상, 거의 무업으로 보내고 12월 초에 아하 디자인의 박영일 실장님께 의뢰를 드린 후에 뭔가 기획이랍시고 좀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는데, 11월 말 쯤에 여러가지 사업적 압박들에 저항하지 말고 어떻게 좀 기회를 찾으라는 자극으로 받아들여야겠다는 감이 온 순간부터 뜻하지 않게 너무 일이 많아져서 그냥 저냥 첫 스케치 나오면 보자는 심정으로  있었다.

사람의 성격이 여러번 변하는 중에 어떤 직장 상사를 만났느냐에 따라 한번 더 변한다는데, 내가 모셨던 분 중에 이런 분이 계셨다. 일단 능력껏 해 보고 안 되면 나한테 갖고오라. 나한테는 꽤 맞는 방식이어서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응용하고 있다. 같이 일해볼 만 하다면 일단 맡겨보고 내가 생각하는  수준 어느정도에 도달하면 OK.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는 적극적으로 붙어서 어떻게든 원하는 수준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다 12월 22일인가 아이디어 스케치를 갖고 미팅을 하였다. 싱크 스탠드는 첫 아이디어 스케치 하는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일정 수준에 이미 도달하였었다. 세로 보기를 기본으로 하되 가로 보기도 되면서 안정된 거치가 가능한 구조들이 몇개 보였다. 그 중에 3가지 전후로 정리하여 한번 더 미팅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 뒤에 1월 8일 경에 두번째 스케치 회의를 하였는데, 전에 없던 컨셉이 하나 등장하였다. 베어문 사과(애플사의 로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데 나는 처음에 큰 감흥이 없었다. 마음속으론 첫 스케치 회의 때 나온 것들 중 하나만 해도 좋다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팅을 해가면서 이구동성으로 제일 낫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최종 렌더링할 제품 중으로 하나로 두었다.

1월 21일 렌더링 품평회를 하였는데, 이쯤 되니까 압도적으로 베어문 사과 컨셉이 좋다는 것이다. 사무실에 놀러오거나 방문하시는 분들한테 의견을 구해봐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 컨셉이 제일 낫다는 것이다. 나도 자꾸 그런 얘기를 듣고 자주 보다 보니 이걸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이런 뒤에 내심 한가지 만 더해 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애플스러움이 풀풀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C자형 형태 만으로 베어 문 사과를 연상하기는 좀 어렵지 않겠는가, 애플 제품을 연상시킬 강한 디자인적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어디처럼 알루미늄을 갖다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정 부족하면 팩키지 디자인을 애플의 베어먹은 사과처럼 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서 가만히 보던 중 모형 제작을 위한 색상을 의논하던 중 회의 말미에 실장님이 그냥 지나가듯 아래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아래 그림을 보자 마자 또 ‘오 이거다.’를 외쳤다.


투명한 느낌의 플라스틱 재질로 외부를 감싸면 애플의 큐브라는 맥제품과 연상을 가질 것 같고 디자인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디자인에 있어 내가 마음속으로 품었던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들은 거의 이루어졌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슬슬 기구 설계를 할 때가 온 것이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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