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설계는 크레필의 윤석봉 사장님한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있다가 1월 말에 연락을 드려보니 이분이 너무 바쁘셨다. 통화를 하는데 바빠서 못하겠다고 하진 않으시는데 여력이 잘 안 돌아가는 눈치였다. 일단 맡길 만한 사람 있으면 맡겨보라고 하는데, 굳이 해주셔야 된다고 우기면 하기는 할 것 같은 눈치였다.

무리하는 게 무척 싫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기지 않고 일단 또 어떤 인연이 되서 어떤 분이 올지 모르니까 한번 상황을 보자 이런 기분으로 2월 중순까지 왔다. 그러다 어느날인가 그날은 일들이 술술 풀린다하는 날에 윤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와서 어디 맡겼냐 하시길래 아직 잘 안 보인다하니까 그럼 틈틈히 할 테니까 해보자고 하셔서 일을 맡겨 드리게 되었다.

먼저 정리 된 부분은 커넥팅 홀더의 체결 구조였다. iPod touch에서도 사운드 출력이 가능하도록 이어잭을 꽂을 수 있게 폭을 좁혔고, 목업에 비해서 좀 더 날렵한 느낌으로 디자인도 정리되었다. 목업에서는 2개의 기구물로 되어 있는 것을 1개로 체결되도록 설계적인 아이디어도 반영이 되었다.

그 다음에 크게 등장한 이슈가 C자형 기구의 외측과 내측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내측과 외측이 단단히 결합해야 되는데 이게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으면서 해내는 게 어려운 과제였다. 처음에는 앞쪽의 충전 표시가 있는 쪽에 내측 사출물에서 돌기가 나와서 외측 사출물의 구멍에 결함되는 구조를 살펴보았는데, 검토하면 할 수록 좋은 디자인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검토하던 중 내측 사출물의 뒷쪽 타원형에서 살이 올라오고 외측 사출물의 타원에 끼워지도록 결합해서 금형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렇다 첫 사출이 나왔는데 C자의 안쪽 사출이 너무 쉽게 빠지는 문제가 나와 좀더 꽉 끼원지게 개발하였는데 이번에는 아이팟/아이폰이 꽂히는 부분에 힘을 주는 좌/우로나 상하로 너무 유격이 심하고 기구물이 이탈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때가 4월 말이었는데, 뭔가 이 타이밍에 내가 좀 설쳐야겠다 싶어서 금형 개발하던 뉴텍에 내려가서 내가 느끼는 문제점을 쭉 얘기를 했더니 그러면 아이덱 앞쪽에 살짝 턱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금형 수정을 해봤는데 금형의 구조상의 한계 때문에 원하는 만큼 기능이 나지 않았다.

화룡점정하는 게 이렇게 힘는거냐는 말이 절로 났다.

그러다 5월 5일을 맞아서 머리가 복잡한 것 같아서 가보고 싶었던 감악산에 올라가 보았다. 이런 상황의 원인이 뭔지 알려고 하지 않고 느끼는 감정들이 어떤 건가 살펴보니 편안히 비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6일날 출근해서 일을 보는데, 중국에 계시는 사장님께서 한국에 왔다가 한번 드르시겠다고 해서 반갑게 맞아서 얘기를 하는 중에 새로 나올 제품이라고 싱크 스탠드를 보여드렸다. 이 분이 기구 설계를 하시던 분이어서 고민하던 문제를 풀어놓으니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면서 중간 쯤에 기구물을 통과시켜서 융착 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이건 마치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다음날 벌어질 전투에서 쓸 진법을 고민하는데 홀연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팔진법' 하고 말하며 사라지는 듯한, 그런 절묘한 느낌이 듣는 순간 왔다. 아마도 그 다음날에 시사출을 리뷰하는 미팅을 할 때 윤사장님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럼 그게 좋겠다고 해서 수정을 하면서 설계상의 큰 이슈들은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양산 날짜를 꼽아 볼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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