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치 운명을 지닌 채 걷는 것 같았으며, 지난 날의 삶이 지금 이 순간, 지금 이시험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했다고 느꼈다. 나는 내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 했으며 실패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 P 326,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처칠.


어릴 때 처칠에 대한 전기를 읽은 소감은 독일에 대항해서 고래 고래 신경질 내고 소리 지른 고집쟁이였다. 미국이 참전하기 전까지 열세였고, 전쟁은 미국이 끝내지 않았냐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처칠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몇 권 읽었는데, 조금 생각을 달라졌다. 그런 열세인 상황에서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놓지않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승리로 이끈 것이야 말로 정말 위대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서도 상품이 시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적 이유야 그 때 뭘했고 무엇이 부족했고 그래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내가 보는 시각은 이랬다. 현상은 전적으로 내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현재의 상황은 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월 이후에 한 시름 놓나 했더니 , 출시 지연과 함께 돈이 더 필요하게 됐다. 그 때 든 생각은, 아니 1월 정도의 도전은 일생에 대학 입시나 취업 정도인 것 같은데, 2달 만에 또냐싶은 게 좀 짜증이 났다. 그러다, 조금 생각을 달리 해서 '사업은 지속적인 도전 과정이다'로 인식을 전환해서 '그렇다면 받아주마'로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 어떻게 받아주냐의 건이 있는데, 내가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의 근본적 사고 및 인식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였다.

2006년 말부터 내 사고의 주된 흐름은 '선택하면 이루어진다'였고, 그런 생각의 뒷받침 위에 이렇게 꾸려왔다. 그러던 것이 출시와 관련해서 잘 되지 않고, 뭔가 마음이 편치않은 것이 '왜 그럴까'라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을 쫓다보니까, 이 사업이 봄이 오면 만물이 알아서 꽃 피듯이 번성해야지, 때가 어떻게 됐던 내가 물주고 거름주고 하면 된다는 식의 방식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래 목표가 집착이 된 것 같다. 다 놔 보자'는 생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기존에 해오는 방식의 대응을 않고 가만히 있어 봤다.

그러다 명상을 깊이 할 때, 출시 관련 목표를 떠 올려보니 아니다 다를까 그냥 둥둥 떠다닐 뿐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없었다. 그런 상태였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집착이 강하면 그것의 반대방향의 힘도 같이 세지기 때문에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단학 교육 중에 명상을 하다가 '나는 그냥 숨쉬는 생명일 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크게 공명이 됐다. 사업의 성공이든 뭐든 내 실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거구나싶으니까, 내가 사업에 의미부여하고 있는 일들로 부터 내가 분리되면서 엄청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숨쉬고 사는 기분으로 살면 되지 뭐가 또 필요하겠냐.

그런 공(空)한 기분으로 이번 주를 시작하여 몸도 않좋은 터라 한 이틀은 최소한의 모드로 일하면서 도대체 사업을 해야되냐 말아야되냐를 생각했다.

수요일에 사무실에 나와 급한 것 처리하고 지환씨랑 '사업을 왜 하는걸까'에 대해 얘기를 해 봤다. 각자가 사업하는 이유를 나름 대로 쭉 댄 뒤에, '나는 사업하는 지금까지의 이유가 의미가 없어졌다. 실체가 아닌 것에 집중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면서 그럼에도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런 문답 와중에 신지모루가 성장을 위한 큰 그릇이 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뭔가 좀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럼 우리가 아이덱을 왜 해야할까? 그랬더니 지환씨가 거기에 우리가 중요시하는 에너지를 담으면 일맥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결론에 따라서는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에서 뭔가 해야할 이유는 있다는 감이 왔다.

목요일 아침에 간단히 운동을 하고 사무실에 오면서 이런 기분으로 사무실 지켜봐야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산이나 다녀오자 싶어서, 업무 접고 지환씨와 치악산에 올랐다. 예전에도 뭔가 알 풀리는 일이 있을 때, 산에 오르면 항상 좋은 답을 얻었다. 어쩌다 거리는 짧지만 가파른 능선을 정신 없이 오르게 됐는데, 정상에서 좀 쉬다가 내려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냥 즐겁게 하면 되는거 아니냐. 뭐 큰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게 있겠는가. 그냥 신명나게 놀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느낌이 왔다. 그렇구나, 그냥 순수하고 창조하면 되는거구나. 그러면 공한 것과 통할 수 있겠구나.

내 생각엔, 열심히 하는 건 너무나 쉬운 것 같다. 그러나, 자기를 너머서는 어떤 일에 정말 열심히 해본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한다는 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나는 열심히 한다는 것 보다, 유연하게 변하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현상이 자신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면.

치악산의 정상을 보니까 마지막 비로봉을 앞두고 큰 내리막이 있고 다시 한 수백미터 쯤 올라야 했다. 지금 우리도 그 정도에 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마치 블루마블에서 이길려고 세운 것처럼 그냥 즐겁게 세우고 이뤄볼 결심이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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