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한 현금을 다 쓰게 될 것이라는 걸, 이미 10월에 예상했고 11월 말에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12월에 현실로 마딱드리게 됐다. 꽤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업을 하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잘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오히려 사업이 커지기 전에 능력을 키울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을.

사실 이런 일은 지난 6월에도 겪었었다. 지난 4월에도 자본금으로 시제품조차 다 완성 시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을 벌였고, 실제로 6월에 겪었으며 7월에 문제를 해결하였다. 사실 그때는 기보에서 돈을 빌리면 될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되야 될 일이 실제로 되느냐 안 되느냐의 게임이었다. 그 때와 다른 12월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점은 줄곧 확신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나는 이 상황을 돌파할 것이라는 걸.

이 일을 맞으면서 취한 태도는 이렇다. 사업에 의해 발생한 필요임으로 사업 자체의 매력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 아울러, 돈이 안들어 오면 어떻하나 식의 상상이나 기분을 안 가지려 했고 허둥대며 되는 대로 일을 하지 않으려 했다. 항상 쾌활하고 명랑하게 상황의 해결을 확신하고 그 속에서 나는  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시도한 일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먼저 이 상품의 판매권을 요구한 회사에게 일정부분의 권리금을 11월 24일의 협상 과정에서 요구했으나 회사 사정 상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하여 다른 조건들을 바기닝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경험상 협상 과정에서 내 필요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 실현될 확률도 낮고 장래의 관게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지금 충족되지 못한 이 필요가 원동력이 되서 다른 가능성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임을 느꼈고 쌍대원리처럼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사실은 동격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었다.

이전에 사촌 형님의 소개로 알게 된 사장님께 투자를 요청하였으나 그 회사가 다른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고 제안을 철회하여 그 쪽이 모양새 좋게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였다. 전 직장의 인연으로 안 회사에도 제안을 했는데, 막상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주저하였다. 내가 하는 일을 전부터 알던 분에게도 제안을 하였으나 투자를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내가 정확히 원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지만 다른 성과도 많았다. 만일 이 없음이 없었으면 굳이 찾아가 투자 세일즈를 안 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 없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서 다시 한번 만났고 내가 하는 일을 알렸고 좋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으며 앞으로 상호가 기회를 만들어 낼 확률을 높였다. 그리고, 이 살려고 하는 몸부림의 부산물로 국내의 주요 아이팟 악세사리 업체와 미팅을 하여 판매 제안을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이런 활동들을 하고 나서 어떻게 해 봐야 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이 상황을 기보와 의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얘기를 해 보니 개발자금을 한 번 더 내주는 건 어렵고, 향후 양산을 위한 운전 자금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앗, 그렇다면 지금부터 쭉 미래에 돈이 없는 상황이  3월 부터는 돈이 들어들어 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새벽이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개발을 완료시키고 주문을 받기만 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나서 금형 개발 업체를 찾아갔다. 당장 계약금을 주고 개발을 시작해야 하는 것도 있고 아울러 기존 계약금의 잔금 지불 시점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했다. 일단,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듯 숨길 것 없이 현재의 상황과 사업의 가능성과 리스크에 대해 쭉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불 시점을 좀 연기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고맙게도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와~, 어쨌거나 중단 없이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겠구나.

상당히 많은 일이 진척됐음에도 여전히 2월까지 쓸 자금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나 살펴보니 900만원 정도는 어떻게 스스로 빌려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호라~, 최소한 생존 모드는 유지 가능하겠구나.

그래서, 500만원을 일단 빌리고 나머지 400만원을 빌리려고 하니 그 금융기관에서 게약 만료에 의해 어렵겠다고 한다. 이건 또 뭐냐. 일를 더 크게 벌리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다짜고짜 중진공에 찾아갔다. 사업계획서를 놓고 그간의 일들을 쭉 얘기하고 오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더니 심사를 하자고 했다. 아~ 이제 살았다. 신청서를 제출해 놓고 최소한 6월에 해 봤던 패턴 정도로 일이 단순한 되고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같이 있는 친구에게 500만원 만 빌려달라고 했더니 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12월의 이슈들이 정리 되었고 설날이면 개발 완료와 초기 생산 수량 만큼의 자금이 확보 되었다.

막상 쭉 쳐보니 그냥 담담한 일들인가 싶기도 한데, 사실은 이 한달 남짓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내가 해 봤다거나 최소한 이렇게 해야겠다는 아이디어 조차 11월 말까지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에 허둥대지 않고 나름대로 흐름을 타면서 즐겁게 이슈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왔다. 자신을 가지면 이젠 왠만한 일들은 헤쳐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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