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술 보증 담당자와 면담하였다. 요지는 이러하였다. 시제품은 나와야 본격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고. 그러구, 돌아와 넓은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자니 여러모로 심난한 생각이 들었다. 시제품 만드는 데도 돈 꽤 드는데.
마치 딱지 맞을 줄 알고 고백했다가 그 사실을 확인한 후 휑해진 마음이 된 것처럼 그런 기분이었다. 그것은 이미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혼란 스러울 준비도 되어 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재밌는 건 그걸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겠다는 기분으로 전환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사무실에 앉아 있어서는 마음이 안정이 안 될 것 같아 집으로 왔다. 긴장성 두통이 몰려서 도봉산에 산책하려던 것도 못하였다. 낮잠자고 일어나 시크릿을 한 번 더 보니 어떻게든 정리해 나갈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여전히 두통이 있는 지라 일찍 잤다.
지금까지 대충 정리한 건 이렇다.
첫째, 사업 환경에 맞는 사람을 만나 일해야겠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다 그럴 듯한 직장에 다니던 사람이다. 그 말은 그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를 원했던 거고, 그런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비전이 있던 간에 그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하기에는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내 인맥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이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만큼 해 주기를 기대하면 되는 것이다. 난 이전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고 이 길에는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이 새롭게 기다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지식과 전망 만으로 미래를 정의해서는 곤란하다.
둘째, 어차피 아버지라 할 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자금을 한꺼번에 지원해 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제의 면담은 가장 이 쪽 분야에 호의적인 금융기관이 바라보는 시각을 알게 된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금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을 직시 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쉽게 쉽게 대출을 받아 통장에 쌓아 놓고 여유있게 일하기를 나도 원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것과 현실로 나타나는 것 사이에는 시간차가 존재하며 그 사이에 나는 열심히 세상과 소통하며 나의 꿈을 이뤄가면 된다. 사실, 지난 주 부터 이 문제에 대해 두려워 하기 시작했는데, 기술보증의 면담이 그러한 두려움에 뚜껑을 열은 것 같다. 이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않았으나 대략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이뤄가고 그에 필요한 일들도 열심히 구하면 차츰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건, 어제 사무실의 나오면서 SVI의 팀장을 우연히 만났는데, 당황하지 말고 잘 정리해 나가자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몇가지 길을 보여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힘든 순간에 큰 도움이 되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