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원한다면 1%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어라
- 나폴레옹
 

2004년 여름쯤 LG 전자에 다닐 때 TF장으로 나가서 거의 죽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해낸 탁월한 일들이 대개 그렇듯이 '죽게되면 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했더니 살아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용이 되듯 성공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이정도 성취를 했으니 더 이상 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런데, 돈도 이정도 급으로 벌어 볼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면접으로 만났던 분 중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한분을 알게 됐다. 사교육 하나 받지 않고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다니다가 전문직 시험에 도전을 했는데 몇차례 떨어지고 구직을 하는 중에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었다. 개인적으로 지나가듯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물었는데, '시험 공부하는 중에 필요한 경비는 어떻게 마련 했냐'니까 틈틈히 알바를 했다고 답하였다. 내가 무릎을 치며 안타깝게 말했다. '없는 집 자식으로 높은 목표를 세웠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승부해서 이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틈틈히 겨우 겨우 맞춰가며 도전하는 것은 충분한 자원을 가진 자들에게 힘겹게 지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마도 중간 고사 같은 것을 앞둔 때였을 텐데, 친구들이 모여 이번 시험에 몇등을 하고 싶다는 수다를 나누는 옆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가 비웃음을 당한 적이 있었다. '뭘 안하기로 했다면 모를까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전교 1등이 목표여야 하지 않겠냐'.
 
나에게 있어 목표라는 것은 이렇듯 허세스럽고 비현실적이며 자기 주제를 모르는 것처럼 '나를 아는 누군가들'에게 인식될 만한 것들이 많았고 스스로도 그런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그 목표를 막상 추구하기 시작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어떻게 이룰지 확실히 알지 못하였고 절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했으며, 게다가 다른 누구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그나마의 관계도 멀어지곤 했고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사이에서라면 외면과 멸시를 받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나 자신에 대한 자아 인식도 매우 부정적이어서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비루해질 운명'이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낄 때도 많아서 중간 중간의 작은 실패도 매우 위협적으로 보였고 깊이 좌절했으며 바꿀 수 없는 참혹한 실패를 암시하는 것처럼 생각될 때도 많았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도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것은, 읽는 것을 좋아해서 논리력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그 모든 부정적 인식과 불리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합리적 사고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목표를 향해 나가게 되면서 그것은 그 능력과 스킬을 쌓이게 하는데, 그런 와중에 나와 함께 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축적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결과들이 좋아지다가 마침내 탁월해 지며 목표를 너머서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의 내면은 계속되는 단련의 과정으로 들어가는데, 섣부른 희망과 당겨쓴 자부심이 초기에 박살나며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문제해결을 다양하게 시도하다가 처절한 무능을 만나고, 일을 하는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정의된 작은 목표를 다시 세우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가려고 애쓰는 중에 너무나 힘들어서, 실패의 두려움과 어설픈 자기 연민마저 사치스러워 포기하고 이 한 몸쯤은 그냥 불태워도 좋을 기분이 되는데도 숨은 아직 붙어서, 내일 죽어도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목표를 생각하면 화두처럼 성성하나 집착하는 마음이 사라지며 문득 하느님의 선물처럼 고비를 넘기는데,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딱히 뭔일 있었느냥 담담해 지고 지난 일들의 그 격한 감정과 깨달음의 기억도 사라진다.
 
그 허세를 친구들은 기억 못하겠지만 다음해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였고, 그저 그런 결과를 낼 바엔 사직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한다면 돈도 제법 벌 수 있게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 역동을 다 예측할 수 없으며 변수를 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처음 맞닥드린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된다.
 
가능하다면 내 생애 동안 또는 최소한 현직에 있는 동안은 경계에 서서 살아가는 자의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그러다, '모든 것을 건 승부'를 해야 할 때가 다시 온다면 역시 모든 것을 건 승부를 해보고 싶고, 모든 것을 쏟은 뒤에 오는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힘으로 온갖 불리함을 뒤업는 일도 다시 이뤄 보고 싶다. 그러한 과정에서 동료와 부하직원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고, 서로 더 큰 신뢰를 쌓아가며 강해진 조직력으로 더 넓은 세계를 열어가서, 일하는 것이 끝없는 사랑의 메아리가 되는 것도 계속하고 싶다. 그러다 힘에 붙여서 내려놔야 한다면 미련없이 내려놓는 겸허함도 체험하고 싶고, 희망컨데는 유능한 사업가가 이어받아 나보다 더 뛰어나게 이 일을 해나가는 것도 보고싶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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