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에 따라 소요하고 인연에 따라 놓아버려야 한다. 다만 범부의 마음만 없어졌을 뿐 별다른 성인의 견해는 없느니라.

- 직지심경 중


어릴 때 부터 삼국지를 좋아해서 많이 읽었고, 거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 제갈공명을 특히 좋아해서 육출기산하는 대목을 특별히 좋아하여 여러번 읽었었다. 그런데, 제갈공명이 불세출의 영웅이라는데는 별이견이 없지만 그가 정말 군사천제로써 뛰어난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며 이것은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된 떡답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갈공명의 캐릭터를 좋아하고 한 시대의 고귀한 정신의 화신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의 군사적 천재성에도 의심이 없었지만, 최근에 이 점에 대한 생각이 약간 달라졌다.

역사적으로 드물게 나타나는 군사천재들은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늘 승리를 이끌어냈었다. 한니발이 로마를 휘젓고 다닐 때도 그랬고, 시저가 알레시아나 필리페에서 역사를 결정지을 때도 그랬고, 이순신 장군도 그랬고, 오다노부나가가 이마가와의 침략 앞에서도 그랬고, 나폴레옹이 아우스터리츠에서도 그랬다. 그런 점에서 제갈공명의 육출기산을 평한다면 당대의 훌륭한 군사일지는 몰라도 역사적 명장은 아니지 않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여러 제품을 내놓고 시장에서 얻은 결과를 돌아보면서 내년은 어떠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래하는 사장님 한분이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하나 주시면서 해보는게 어떻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쭉 시장조사를 하고 분석을 해보니까 이건 하면 안 되는 시장이었다.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때도 지났고 소비자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고 제품 주기도 빠르고 대체재는 굉장이 많은데 중국에서 쉽게 카피를 만들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여기까지 하고 '이건 하면 안 되겠다'라고 하고 말았을 텐데,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하나 보였다. '정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군사천재들이 왜 성공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첫번째, 그들의 전쟁을 보는 눈이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 자신들이 가진 자원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보았다. 이순신 장군이 명랑으로 유인할 때 그랬다. 두번째, 그것을 실행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어 당시의 상식을 뛰어넘는 행군속도로 적보다 먼저 아우리터스츠에 도착하여 연합군을 각개 격파시킴으로써 병력의 열세를 넘어 승리하였다. 나폴레옹의 이말은 정말 진실이다. '승리를 원한다면 1%의 희망에 모든 것을 걸어라.'

어쩌면 제갈공명도 군사천재일지도 모른다. 마치, 이세돌 9단이 초, 중반의 불리를 귀신같은 수읽기로 판을 흔들어서 승리로 이끌 듯 제갈공명의 육출기산도 그와 같은 판흔들기였지만 조진이나 사마의가 잘 대처해서 기회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광무제가 곤양전투에서 수천의 병사로 40만 대군의 무찔러서 후한을 열었듯 한의 새로운 시대의 정신을 구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면, 시대의 정신이란 무얼까?

차별화는 경영학 원론에서부터 듣기 시작해서 대학 내내 듣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듣고 TV 보다가도 문득 들을 만큼 중요한 것인데, 이 차별화를 실천하느라 정말 괴랄한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 그게 옳다는 걸 증명하려고 헛힘도 제법썼었다.그럼 제대로된 차별화란 무얼까? 

그것은 제품이 되어야 하는 대로 되게 하는 것인 것 같다. 소시적에 회사 다닐 때 뮤직폰이 얼마의 용량을 가져야하는 지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었다. 어떤 한분이 출퇴근 시간이 평균 얼마니까 몇곡이면 된다고 주장하길 때, 나는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 싶은 순간에 듣고 싶지 내 출퇴근 시간을 계산해서 넣은 몇곡이 듣고 싶은게 아니라는 주장을 했었다. 그분의 주장도 그 때의 상황에 맞는 주장이겠지만,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에 근접한 제품이 더 잘 팔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아이팟은 내가 가진 모든 곡을 저장 할 있는 충분한 용량을 제공하니까 시장의 수요는 그쪽으로 흘러간 것이고, 3G 네트워크 이후론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접근할 수 있으면 그만인 시대까지 온 것이다.

모든 시시비비를 떠나서 실현되는 것은 사람들의 바람인 것 같고 그게 시대의 정신이자 힛트 상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신지모루의 제품 철학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제품이 되어야 하는 대로 구현한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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