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를 연초에 휴가를 붙여서 템플스테이를 3박4일 동안 하다 왔다. 송광사는 법정스님이 출가해서 지내던 절로도 유명해졌고, 또한 최근에 아침예불이 녹음되서 음반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에 내려갔다.

내려갈 때 사업과 관련하여 마음에 자리잡고 있던 문제는 이정도였다. 하나는 사업의 전환기에 나오는 조직 문화적인 문제들과 다른 하나는 사업이 성장하려해서 여러가지 투자 활동을 늘려감에 따라 과연 감당이 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마음이 꽤 어지럽다는 것은 생각이 그쳐지지 않고 마음 한켠이 편치 않으면서 뭔가 현실을 도피하여 생각을 묶어둘 꺼리를 찾는 것으로 잘 알 수 있었다. 내려가서 숙소를 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는 시간은 법정 스님이 기거하던 불일암에 갔다 오거나 산을 돌아다니거나 하면서 보내고 아침 예불을 하고 때맞춰 밥 찾아 먹는 것을 제외하곤 한가하게 지냈다. 그외에 있으면서 읽을 만한 책이 없나하고 절초입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 '법화경 강의(무비스님, 불광출판사)'를 읽게 되었다.

법화경은 어릴 때부터 조금 알던 경전인데, 그 안의 내용은 어떤가 몰랐다가 저자의 해설이 현대식으로 되어 있어 읽어볼 마음을 내었다. 법화경의 내용을 요즘식으로 요약하면 석가모니불이 열반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경을 설하면서 이전에 설하였던 것들은 방편으로 이러해라 저러해라 하였지만 정말로 중요한 진리는 모두가 부처이라는 것인데 이 내용은 첫부분의 방편품에 나온다. 그 뒤의 내용들은 석가모니불이 직접 제자들과 대중들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보증)을 하는 내용이고 그 다음은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의 내용이 중요하니 이 법을 지켜고 전해달라고 하자 각종 보살들이 그러겠다고 서약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산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방에 앉아 읽은지 3일째 저녁이 찾아올 무렵에 거진 다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현재 내가 안고 있는 문제와 관련하여 연결지어보자 문득 깨달은 점이 생기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깨달은 점은 내가 이렇게 못풀고 있는 것은 결국은 사람과 관련된 것인데 그 사람들이 모두 부처이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현재 못 받아들여서 끙끙거리는 상황이나 태도도 부처가 한 일이니 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완벽하다고 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미래의 잠재적 위험이 두려운데 부처들이 나서서 하는 일이라면 두려워할 게 뭐가 있겠는가. 이전보다 더 잘 해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잠깐 명상을 한뒤 생각을 내어보았다. 먼저, 조직 문화적인 면에서 내가 문제라고 보고 있는 이 건에 있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완벽함으로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 가리지 말자,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발전시켜갈지 비전을 나누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두번째, 투자 확대에 따라 사업을 잘 키워갈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에서도 이 건에 있어서 참여한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어려움이 생길 경우라도 발전을 위한 기회라고 보고 승부해야할 사항이라고 결론지었다.

휴가가 끝나고 새벽 예불에 참여한 후 출근을 위해서 새벽에 출발하였다. 은근하면서 깊은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그립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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