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올해 1월에 있던 일을 적은 건데, 그 때는 일의 결말이 다 나오지 않아 포스팅 않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일부 다른 내용도 있지만, 대략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라 그 때 적었던 글 그대로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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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12월 31일은 미국으로 보낼 아이덱 만드느라 밤을 꼬박 새고 지환씨와 욱씨랑 함께 보름달 보고 새벽에 나와 해장국 먹고 성산대교 지나다 문득 해돋이를 봤지만,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종무식 일찍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또 성산대교에서 해돋이를 보고자 했다.


이런 배경으로 거래처에 결재할 것 다하고 재고자산으로 얼마간이 있는 와중에도 플러스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말에 미처 챙겨보지 못한 큰 결재건이 하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갑자기 지난해 8월이나 느껴봄직한 재무적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첫출근하고 곧 이달의 현급 유입과 유출을 나눠보고 얼마가 부족한지 따져보았다. 그런뒤 그 시점에서 가능한 정보들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받을 돈은 좀 당겨보고 줄 돈을 좀 미뤄보고 어떻게 더 팔수는 없는지 궁리해보기 시작했다.


이런 압박을 느끼면서 작년 12월부터 개발해오던 프로젝트가 왠지 이런 상황에 한몫하는 건 아닌지 겁도나고 이게 정말 사업을 잘 기여할지도 의문이 생기는 와중에 처음의도했던 스펙도 일부 변경을 하게 되니 불안하였다. 그러다 이렇게 일하면 안되겠다 싶어 마음을 달리 먹었다. 어차피 내 머리로는 결과의 선악을 미리 알수 없다. 그렇다면 그런 것에 얽매이지 말고 이 자체를 재미있게해보자. 그러면서 윤석봉 사장님과 설계를 하면서 좀 알아보고 싶은 게 생기면 해당 업체에 전화해서 좀 알고 싶다고 하면서 건너가서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 내가 마음 속에 그리던 그림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한달 한달을 아슬아슬하게 손익을 맞추면서 여러가지 전술을 구사한 중에 현실 도피형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문제가 없는 듯 해볼까 하다가 어쨌거나 나는 실재에 산다. 그렇다면 실재에 맞는 방법을 쓰고 싶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고순도의 술수를 부려보고 싶었다. 


먼저 문제를 정의하기를 그만두었다. 칠판에 예상 현금흐름을 지웠다. 1월 말의 상황은 내 지혜로는 알수가 없다. 따라서, 문제라고 정의해서 문제를 키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 다음 뭐가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하는 것 봤다. 물론 돈이 없을 것 같은 예상이지만 더 따지고 들면 그것을 겁을 내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그 끝에 달린 욕구와 신념을을 쭉 살펴보고 놓을 수 있는 대로 놨다.


그런 다음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최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다. 또는 어디선가 현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그 또한 좋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뭔가에 저항하는 마음이 풀리면서 좀 가벼워졌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가 이해관계를 따져서 선택하기 보다 일들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 


대충 이랬더니 민일씨가 저녁에 전화가 왔다. 영국으로 천개 팔았다고. 오호라, 이런 일 한 두번 만 더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러다가 만불 정도 거래를 해야하는 중국 업체 담당자와 얘기하다가 결재 조건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웅? 묻는다는 건 우리 의견을 듣는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팔아서 결재하게 여신 좀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잘 알았다고 한다. 옹? 그렇다면 매출에 앞서 큰 돈 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이 쯤하니까 대충 현금 유입/유출은 맞출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욱씨 쪽에서도 한국 내 거래가 생겼는데 천오백개 쯤 팔 것 같다고 한다. 확실히 플러스로 돌아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술수를 익혀서 나는 안전해졌다고 느끼냐하면 그건 아니다. 그냥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되어지는 대로 할 뿐인 것 같다. 모든 삶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싶다. 해야할 것도 없고 딱히 가야할 곳도 없지 않은가.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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