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4월에 홍콩 전시회에 다녀온 후 뭔가 사업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전까지는 싱크 스탠드 만들었던 성공 체험을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랄까 하는 기분이었는데, 중국의 수많은 업체들과 제품들을 보고 난 후 ‘좋은 아이디어를 낸 후 지금의 팀과 거래하는 업체들과 함께 잘 만들면 된다’는 공식은 싱크 스탠드 하나로 증명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5월 초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해서 다 나은 뒤에도 체력이 바로 회복되지 않아 행운인지 어떤지 그런 조급한 마음을 부릴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저냥 뭔가를 해야한다는 느낌만 강하게 갖고 있었다. 그러다 5월 중순 이후에 움직일 수 있게 된 후부터 거시 시장 환경은 어떻게 변화될까 쭉 살펴보고 그 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뭘까 궁리하기 시작하고, 틈틈히 돌아다니면서 다른 업체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술이라도 하나 붙잡으면 살아가기 수월할 것 같아서 뭔가를 하나 붙잡으려고 아이디어를 내서 내부 회의를 해봐도 공감도 안 되고, 아이덱 하면서 깊이 깨달은 것이 ‘할 수 있는 것에서도 사업 기회는 많다’인데 무리해서 뭔가를 벌리고 싶지도 상태가 지속된 채로 5월 말로 접어 들었다.

5월 말쯤은 신제품이 개발이 시작이 되야 4/4분기에 출시해서 내년에 본격적으로 팔수 있다는 시간적 압박도 더해지면서 도저히 궁리만 하고 가만이 있을 수만은 없어 싱크 스탠드의 아이패드 버전을 킥오프 시켰다.

이 결정을 할 때 내 느낌은 이러했다. 우리 기지로 적기가 폭격하러 온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는데 레이더 스코프 상에 어떤 항적인지 명확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으니 가장 그럴듯 한 것을 잡아서 지대공 미사일을 빨리 날리고 싶은 기분이랄까.

일단 결정은 내렸으니 시작된 것에 집중하려고 아이패드와 관련하여 시장조사를 시작하였다. 그런 중에 사용자들의 아이패드 이용 행태에 대해 다양한 출처의 자료를 보는데 하나같이 책상에 앉아 사용하는 비율이 낮고 침대나 소파에 앉아 보고 있었고, 나 역시도 책상에 앉아 쓰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스스로는 시장은 있다고 되뇌이면서 디자인 나오는 거나 기다려보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파나 침대에서 쓸 수 있는 스탠드가 없을까 잠깐 생각해 봤더니 머리에서 번쩍하면서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게 만가지 고민이 다 사라진 기분이었다. 

간단히 내부 미팅을 해보니 개발비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아직 시장이 없지만 잠재성은 있다고 판단되어, 바로 디자이너와 미팅을 잡고 디자인 의뢰 내용을 소파나 침대에서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스탠드로 컨셉을 바꾸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 지면서 이런 기분이 들었다. 적기가 기지로 폭격하러 온다는 걸 알게 되서 레이더 스코프를 살펴보니 피아식별 반응도 확실한 적기가 예상된 루트로 접근하고 있음이 확인이 되서 이제 조원들의 능력과 시스템의 기능을 잘 활용해서 격추하는 일만 남은 느낌이었다.

좋은 상품 기획이란 시장과 함께 하면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그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의 동기나 감정을 역시 솔직하게 알면 좀 더 잘 되는 것 같다.

Posted by Ch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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