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일기

사업일기 16편: 비관주의로 다시 돌아와서.

Chiano 2008. 5. 21. 02:39
지난 중간고사를 보고 지금까지 그때 그때 닥친 일을 하면서 다소간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본 어떤 시험보다 준비를 못 했지만, 어이없이 백지를 내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개발 중인 제품도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되면서 약간은 마음이 편안해졌던 게 사실이다.

지난 주 토요일에 몸살을 심하게 앓은 후 회복되고나서 이제 좀 슬슬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에 어제 워킹 목업 제작 전 기구 설계를 리뷰하면서 제품은 기대한 만큼 나올 것 같은데, 다만 이제 다음에 해야 일들이 확 부담으로 느껴오기 시작했다.

먼저, 금형 개발비가 예상의 2배인 1억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 갖고 있는 돈을 6월까지 개발하는 데 다 쓰게 될 테니까 그 전에 필요한 돈이 들어와야 하고, 개인적인 재무 상태도 계속적으로 생활 가능한 상태가 유지 되어야 하고. 제품의 경쟁력에 있어서 다소간 염려되는 건 해외 시장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음질에 있어 우위를 유지하는 지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점이 찜찜하다. 아울러, 본격적인 판매 활동에 확정되지 않은 점도 염려되고.

그런데, 가만히 적어 놓고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하던 위험들은 하나도 없다. 다만, 그것들을 잘 관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왔다가 갑자기 비관적 태도를 견지하니까 불확실한 모든 것이 위험으로만 보이게 된 것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무얼까?
1. 기보의 보증 대출 받는 데 실패한다.
그렇다면 정말 최악이다. 소상공인 긴금 지원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지 즉시 확인해 봐야 한다. 생존 모드로 전환해야 하고 TBI 합격 여부에 따라 사업의 진로를 정리해 봐야 한다.

2. 기보에서 4천만원 ~ 5천만원 정도 보증 대출 받는다.
그런대로 개발을 완료 시킨다.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양산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지 기회를 찾는데 집중한다. TBI 햡격 시 양산 준비를 위한 금형 개발 일정을 잡는다.

3. 기보에서 8천 ~ 9천만원 보증 대출을 받는다.
개발을 완료하고 TBI 합격을 확인하여 금형 개발비를 정책 자금으로 충당하며 8월 말 개발 완료 시킨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 QDM을 만들어 3천개 정도 시판해 본다.

가만히, 적어 놓고 보니 어떤 상황도 아주 죽으라는 상황이 되진 않아 보인다. 제품의 음질과 관련해서 좀 찜찜한 것이 있긴한데, 어차피 나에게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유리한 방향일 것 같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아울러, 음질을 지금보다 더 개선할 수 있는 지 확인해 봐야겠다.

그리고, 온 우주가 나를 돕고 있으니까 그냥 3안을 선택하자.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일부러 스스로를 비관적 기분으로 몰고 간 건 아닌가 모르겠다. 일이 몰려 있으니까 옛날 버릇이 나와서 '너 큰일 났다' 기분을 불려일으켜서 일을 몰아서 하도록 한 게 아닌가 싶다. 회사 다닐 때는 그 정도 힘으로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일이 너무 크다. 현실에 뿌리를 둔 절대적 낙관주의가 아니라면 안된다.